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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를 위한 와인 입문 가이드 - 수박 겉핥기식 와인 뽀개기 (1편 프랑스 와인 )

슈풍크1 2022. 11. 9. 00:16

와인은 확실히 어려운 술이다. 어렵다는 의미는 와인이 다른 술보다 특별히 맛이 복잡 미묘해서가 아니라, 그 종류가 너무나 방대해서, 언제 어떤 와인을 만날지 모른다는 뜻이다. 눈앞에 놓인 와인이 생전 처음 보는 와인이라면, 그 와인이 어떤 스타일의 와인인지 가늠할 수가 없고, 이게 바로 '어렵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위스키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두 가지 술을 비교해보면, 와인이 위스키보다 수백 배는 어렵다. 즉, 와인이 위스키보다 그 종류가 수백 배는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와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조금 겸손해 질 필요가 있다. 어쩌면, 체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다 알 수 없다는 거다. 그리고 와인 앞에서 움츠려 들 필요도 없다. 어차피 딴 사람도 모르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즐기는데 아주 조금의 지식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나만의 기준을 정하는 거다. 그리고 나머지는 포기하면 된다.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고, 그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게 와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와인에 대해서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얘길 한다고 가정하고,

와인은 포도로 만든 술이다. 간혹 막걸리를 rice wine이라고 하거나, 복분자주를 raspberry wine이라고 하는건, 뭐 의미 전달 측면에서 나쁘진 않지만, 와인 자체가 포도로 만든 술을 뜻하기 때문에,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이나 곡물로 만든 술을 와인이라고 칭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일부 소량의 와인이 생산되기는 하지만,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은 아니고,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한다고 보면 된다. 주요 와인 산지는 구대륙이라고 하는 유럽의 국가들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정도가 있고, 신대륙이라고 하는 그 외 국가들은 미국, 호주, 남아공, 칠레, 아르헨티나가 있는데, 이들 8개 국가가 우리나라 와인시장의 90% 이상은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와인도 종류가 많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레드 와인에 국한해서 얘길 해보면 (화이트나 스파클링은 또 다른 세계이지만, 일단 메이저인 레드부터 해결하자.)

 

먼저 프랑스 와인은, 마실 일이 없더라도, 조금 공부를 해 놓는 것이 좋다. 그건 프랑스가 와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엄청난 위상 때문이기도 하고, 여타 신대륙 와인 산지에 끼친 영향 때문이기도 한데, 가장 중요한 건 유명한 와인이 많아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평생 마실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좋은걸 경험해 볼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좋은 건지 어떤 건지조차 모른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와인 산지로 보르도와 부르고뉴만 기억하면 된다.

 

1. 보르도 

 

보르도는 아마도, 지금껏 여러분이 경험했을 프랑스 와인의 대부분은 이곳 출신일 정도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이다. 이 곳도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엄청나게 여러 지역으로 나눌 수 있지만, 일단 이곳에선, 전형적인 와인 품종이라고 할 수 있는 까버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주종으로 한 와인이 생산이 된다. 이들 품종을 뭐라 특정 짓긴 어려운데, 아마도 그동안 맛보았던 와인의 맛이 까버네 소비뇽 혹은 메를로라고 할 만큼 대중적인 품종이다. 보르도는 프랑스 와인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와이너리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중에서 5대 샤또는 기억해 둘 법하다. 정확히는 보르도 메독 지역의 5개 대표 와이너리 (더 정확히는 4개는 메독, 1개는 그라브 지역이다.)인데, 와인 값이 병당 적게는 백만 원에서 작황이 좋은 해의 와인은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 Chateau Mouton Rothchild (샤또 무통 로칠드. Medoc - Pauillac)

- Chateau Lafite Rothchild (샤또 라피트 로칠드. Medoc - Pauillac)

- Chateau Latour (샤또 라피트 로칠드. Medoc - Pauillac)

- Chateau Magaux (샤또 마고. Medoc - Margaux)

- Chateau Haut Brion (샤또 오브리옹 . Graves - Pessac Leognan)

 

샤또 마고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샤또 마고

메독 지역은 이들 5개 와이너리를 포함해서 총 60여개의 와이너리를 그랑크뤼 클라세로 지정해서, 품질을 보증하는데,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은 보통 5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준 10만 원은 넘는다.

그랑크뤼 와인들은 맛과 가격이 꼭 등급과 비례하지는 않는데, 3등급보다 비싼 4등급도 있고, 5등급보다 맛이 없는 3등급도 있다.

 

그리고, 메독에 속하지 않지만, 보르도 최고가 와인을 자랑하는 Chateau Petrus (샤또 페트뤼스). 페트뤼스는 메를로 100%를 고집하는 와이너리로, 보르도에서는 가장 작은 와인 생산 지역인 뽀메롤 (Pomerol)에서 만들어진다. 

가격이 보통 병당 500 ~ 1천만원에 달한다. 5대 샤토가 강남 아파트라면, 페트뤼스는 한남 더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2. 부르고뉴

 

다음은 부르고뉴다. 부르고뉴 와인은 전량 피노누아라는 품종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품종은 매우 여리여리하고, 섬세한 종이다. 시음을 해보면, 비전문가라도 까버네 소비뇽이나 메를로와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이 품종으로 세계 최고가 와인 Romanee Conti (로마네 콩띠) 가 만들어진다. 로마네 콩띠는 가격을 떠나서 일반인이 실물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을 만큼 생산량이 적고, 생산자인 DRC의 특별한 공급 루트만을 통해서 판매가 된다. 부르고뉴 와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특별한 취급을 받아서, 병 모양도 보르도 와인과는 다르게 어깨가 부드럽게 떨어지는 여성스러운 모양새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이 모양의 병이 피노누아를 상징하는 병으로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신대륙에서 생산되는 피노누아 와인도 대부분, 부르고뉴 와인의 병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게 프랑스 와인의 영향력이라면 영향력.

그 외, 부르고뉴 와인은 와인잔의 모양도 보르도와는 다르다. 부르고뉴 와인은 섬세한 향을 즐길 수 있도록 튤립처럼 생긴 좀 더 큰 잔을 사용하는데, 식당이나 와인바에서 좀 저가의 피노누아를 주문 했다고 해도, 부르고뉴 전용잔에 서빙을 해준다면, 그래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네 꽁티
로마네 꽁티 . 사진조차 구하는게 힘들다.

 

프랑스엔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와인 산지가 많지만, 우리가 거기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리고 불행히도, 위에 언급한 와인들을 먹을 일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약 5만원 이하의 데일리 와인을 찾다 보면, 프랑스 와인은 거의 고를 게 없다. 물론, 5만 원 이하의 프랑스 와인도 수입이 되고 시중에 많지만, 경험상 가성비가 좋지 않달까... 특별한 날 그랑크뤼급 15 ~20만 원 선에서 골라 보는 게 프랑스 와인을 합리적으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 경험으로 쌓은 편견인만큼, 더 저렴하고 훌륭한 프랑스 와인이 존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