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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바르셀로나행 비즈니스석 후기

슈풍크1 2023. 2. 11. 13:48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굳이 사치재를 구입하지 않아도, 실제 사용의 영역에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굳이 벤츠를 사지 않고, 500만 원짜리 중고 아반떼만 타더라도, 이동수단으로써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굳이 3,40만 원짜리 스시 오마카세를 먹지 않더라도, 2,3만 원대 스시 도시락도 어느 수준 이상, 식사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이건, 자본주의 무한 경쟁 시대에, 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생산자가 항상 존재하기 때문 일터인데, 이런 'affordable 한 가격에 acceptable 한 재화와 서비스'에 부합되지 않는 영역이 있으니, 난 그것이 항공기 좌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장거리 항공기의 좌석.

 

항공기 좌석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완벽한 대중적 소비재인 항공기 일반석은 사실 매우 불편하다. 그 정도 편의의 좌석으로,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는 거리는 두시간 정도, 길게 잡아도 네 시간 정도라고 생각한다. 열 시간 이상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을 일반석으로 여행하는 것은 고역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편한 좌석이 대중적 소비재가 된 것은 이러한 장거리 여행이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점이 크지 않을까 싶다. 잘해야 1년에 한두 번, 열몇 시간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만 참으면 기백만 원을 아낄 수 있으니, 대중은 이코노미석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러다 가끔 비즈니스석이라 불리는  상위의 좌석에 앉아갈 기회가 생기면, 그 상대적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돈이 좋구나'란 생각을 하게 된다. 장거리 여행에서 이 정도의 안락함은 사치라기 보다는 필수에 가까운데, 지금의 일반석은 이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니, 비즈니스석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사치인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말이 길었는데, 오랫만에 해외에 나가는 길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인천발  바르셀로나행 대한항공편. 일반석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를 했고, 4만 마일 차감 + 수수료 3만 원이 소요되었다. 투입되는 기재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대한항공에서 2017년부터 도입한 신형항공기이다.

 

대한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는 공식적으로 프래스티지 클래스로 불리는데, 타입은 총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그냥 '프레스티지'. 소위, 우등버스 좌석으로, 좌석 간격 132Cm, 너비 53Cm, 좌석 기울기 각도 132도로, 주로 단거리 노선에 투입되는데, 진정한 의미의 비즈니스 클래스로 보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프레스티지 슬리퍼'. 슬리퍼부터는 좌석이 180도 풀 플랫으로 눕혀지기 때문에, 누워서 여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좌석 간격 188Cm, 너비는 51Cm이다. 

 

세 번째는, 한눈에 보기에도 뭔가 일등석 비슷하게 생긴 '프레스티지 스위트'. 당연히 풀 플랫을 지원하고, 좌석간격 190Cm, 너비는 53Cm이고, 2석씩 배치되는 좌석 배치를 엇갈리게 해서 옆 좌석과 간섭이 없고, 좀 더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구조이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스위트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스위트. 옆 좌석과 동선의 간섭이 없다.

 

프레스티지 스위트가 가장 좋은 비즈니스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787-9에는 프레스티지 스위트가 들어간다. 프레스티지 스위트만 해도 충분히 좋은 좌석이라, 여행하는데 큰 불편이 없지만, 프레스티지 스위트는 옆사람과 동선이 전혀 겹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승무원께서 겉옷은 따로 받아서, 공용 옷장에 보관해 준다. 특히 겨울에는 일반석에서 외투를 어찌하기가 어려운데, 이 점도, 일반석 대비 너무나 큰 서비스. 그리고, 발 받침대 하단외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탑승권, 여권 같은 중요 소지품도 보관이 가능하다. 이 점도 기내잡지와 안전 매뉴얼이 꽂힌 좌석 앞 주머니가 수납공간이 전부인 일반석과는 큰 차이다. 그 외, 노이즈 캔슬링 지원되는 헤드폰, 바디로션 및 핸드크림이 포함된 어메니티 세트가 주어진다. 브랜드는 아뜰리에 코롱.

 

그리고 시작되는 14시간 사육의 시간. 오늘 메뉴는 이렇고, 음식 사진을 몇개 올려 본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점심식사
점심식사. 비빔밥, 쇠고기 사태 수육, 안심 스테이크 중 고를수 있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간식과 저녁식사
간식과 저녁식사 메뉴

대한항공의 기내식은 일반석도 훌륭한데,  프레스티지석의 음식은 그 맛 보다는, 제대로 식사를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겠다. 사실, 맛이야 이보다 훨씬 맛있는 집들이 저 땅 위에는 널리고 널렸으니깐.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첫번째 식사 비빔밥
점심식사로는 비빔밥을 골랐다.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저녁식사 샐러드
아마도 저녁식사 샐러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저녁식사
저녁식사. 크림소스 광어요리

 

이 프레스티지 좌석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 완전히 뒤로 제껴지는 좌석에 있다. 내가 원하는 자세로 휴식을 취하다, 원하면 누워서 잠들 수 있다. 땅 위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비행기 안에서는 특권이 된다.  그래서, 비즈니스석을 한번 경험하고 나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구나.'란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든다.

 

창밖 풍경
이제 스페인이 가까워온다.

이상, 돌아가는 귀국편은 다시 일반석을 이용해야 하는 평범한 이의 비즈니스석 후기였다. 지금 일반석 가격에 좌석만 풀 플랫이 가능해진다면, 그야말로 혁신일 텐데 그런 세상은 오지 않겠지. 그럼, 역시 답은 돈을 많이 버는 것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