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화도 / 석모도 스케치
겨울 바다의 쓸쓸함을 좋아한다. 시리도록 푸른 동해를 좋아하지만 거리상 여의치 않고, 그나마 가까운 강화도를 가기로 한다. 찾다 보니 어느새 석모도가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는데...반가운 마음에 길을 나선다. 평일 드라이브는 무엇보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쾌적하다.
초지대교를 넘어 블랙펄이라는 카페에 일차로 들렀다. 초지대교와 건너편 대명항이 보이는 뷰가 아주 상쾌하다.
커피는 무려 9천원이나 하는 핸드 드립 에티오피아 게이샤 커피를 주문했는데, 향이 무척 독특했다. 레드와인과 딸기, 모카 향을 느껴보라고 메모지에 적어줬는데, 무슨 향이면 어떠하랴. 이렇게 기막힌 뷰를 앞에 두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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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펄커피
인천 강화군 길상면 해안동로 40-2 1층 (길상면 초지리 125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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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고 좀 더 강화도 안쪽으로 이동. 갯벌에 내려 앉은 눈이 뭔가 우리나라 같지 않은 풍경이다. 정말이지 가슴이 탁 트인다.
점심은 선두리 선착장에서 회를 먹기로 한다. 한 때 이곳은 매우 번성하던 곳인데, 몇몇 가게가 잘 돼서 독립해서 나간 이후로, 지금은 그저 그런 을씨년스러운 포구가 되었다. 강화도에는 이런 곳이 몇 군데 있다. 주말에야 그럭저럭 장사가 되겠지만, 평일 특히 겨울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우리는 문을 연 수원호에서 우럭을 주문했다.
사진에 담기지 않은 가리비, 굴 접시와 낙지 숙회 접시 그리고 매운탕까지 포함해서 6만원. 싸지도 비싸지도 않다고 생각.
석모대교를 넘어 석모도로 들어선다. 오래전에 와 봤던 민머루 해변에는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다. 어류정항의 부잔교 마저도 왠지 쓸쓸하다. 이 날 왠지 모르게 군용 헬기들이 많이 날아다녔는데, 저녁에 기사에 보니, 북한 무인기가 강화도 쪽으로 침투했다고 한다.
강화도로 다시 넘어와서, 장화리 일몰 명소. 이 곳은 명소는 명소인지, 평일인데도 출사 나온 분들이 제법 많다. 모두 대포 렌즈를 장착한 DSLR을 들고 대기 중이셔서, 나의 아이폰이 초라해졌다.
해는 정말이지 순식간에 수평선 너머로 숨어 버렸다. 그치만 해가 지기 직전 온 세상을 붉게 물들였다. 장엄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