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초심자를 위한 와인 입문 가이드로 프랑스 와인 편을 다뤘다. 요약하면, 데일리 와인으로는 프랑스 와인을 마실 일은 별로 없다. 그러나, 프랑스 와인은 와인의 근본으로, 기본적인 부분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저것 너무 어렵다 싶으면, 최소한 보르도, 부르고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은 또 하나의 유럽 와인 강자, 이태리 와인 및 신대륙 와인에 대해 다룬다. 혹자는 스페인이 얼마나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스페인 와인을 다루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데, 맞는 말이다. 스페인에 가보면, 주류 코너 한구석을 온전히 자국 와인만으로 가득 채우고 있고, 그 종류가 너무 많아서 프랑스처럼 지역까지 구분해서 진열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스페인 와인은 비교적 종류가 적고, 여러분이 스페인 와인을 대할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아서 skip 한다.
1. 이태리
이태리 와인도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우리는 수박 겉핥기로 이태리 북부의 토스카나 와인만 다룬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태리 와인은 아만도 '끼안티 클라시코' 라고 하는, 끼안티 지방의 와인일텐데, 이 녀석은 간단히 외양으로 구분이 가능한게, 병목에 닭이 그려진 봉인지를 두르고 있다. 끼안티 클라시코는 대부분 산지오베제라고 하는 이태리 토착 품종을 주로 쓰는데, 비교적 라이트한 바디감에 비교적 산미가 튀는 경우가 많다.
토스카나에는 끼안티 클라시코 외에도, 몬탈치노 지역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Brunello Di Montalcino) 가 유명한데, 줄여서 BDM으로 부르는 이 녀석도 산지오베제를 주로 사용한다. 다만, BDM은 끼안티 클라시코에 비해 다소 무겁고 힘찬 느낌을 주는데, 이 때문인지 보통 BDM이 끼안티 클라시코에 비해서는 가격적으로 비싼 경우가 많다.
산지오베제로 만들어지는 이런 와인들은 확실히 프랑스의 까버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대비 풀바디한 느낌이 덜해서인지, 좀 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프랑스 품종으로 만들어낸 와인들이 있는데, 소위 '수퍼 투스칸'이라고 부르는 와인들이다. 대표적으로 사시카이아 (Sassicaia) 란 녀석이 유명하고, 보르도 2,3 등급에 필적할만한 맛과 가격을 자랑한다.
2. 신대륙
신대륙의 대표적 와인 생산국은 미국, 호주,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이다.
미국은 일찌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나파밸리를 중심으로, 프랑스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해서, 오퍼스 원 (Opus One) 같은 걸출한 와인들을 생산해냈고, 일반인들은 쉽사리 접할 수 없는, 소량생산하여 초고가에 판매하는 컬트 와인들이 유명해지면서, 이제는 유럽의 웬만한 국가 못지않는 와인 대국이 되었다. 미국 와인들은 생산년도에 따른 품질 차이가 적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때문에 까버네 소비뇽 단일 품종의 와인도 거침없이 만들어낸다. 프랑스의 경우, 빈티지에 따른 와인 품질 차이가 워낙에 심하기 때문에,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소량의 메를로나 까버네 프랑 블렌딩을 하는데, 미국은 워낙에 호방하다. 따라서, 프랑스 와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까버네 소비뇽을 경험할 수 있고, 서북부의 오레곤 주에서는 부르고뉴 버금가는 피노누아도 생산하고 있다.
호주 역시 까버네 소비뇽을 비롯한 프랑스 품종을 들여와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만, 쉬라즈 (Shiraz, Syrah) 품종을 자국의 대표 품종으로 육성하였다. 쉬라즈는 원래 프랑스 북부 론 지방의 대표 품종인데, 따뜻한 호주 남부의 떼루아와 결합하여 독특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산지는 호주 남부의 바로사 밸리로, 풍성하고 자극적인 풀바디한 와인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칠레는 우리나라의 데일리 와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생산국이다. 만원 내외의 편의점 와인들은 대부분 칠레에서 생산된 것들이 많다. 그만큼 가성비가 좋은 와인들이 많고, 그 가격대에서는 경쟁상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칠레 와인의 거인인 콘차이토르 (Conchy Toro)는 일찍이 프랑스의 보르도 1등급 샤또 무통 로칠드를 만드는 바론 필립 드 로칠드와 제휴, 만 원짜리 카시엘로 델 디아블로 (Casillero del Diablo) 부터 수십만 원짜리 알마비바 (Almaviva)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1865나 몬테스 알파는 너무 흔해서 그렇지, 언제나 실패 없는 선택이다. 칠레 와인이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진한 풍미가 우리네 입맛과 잘 맞아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맛이 선명한 한우 등과 페어링 하기에는 섬세한 와인들 보다는 좀 거칠더라도, 힘이 있는 와인들이 더 어울릴 수밖에 없는데, 저렴한 가격에 그 정도 힘을 보여주는 와인은 신대륙, 특히 칠레 와인이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칠레와 함께 남미의 와인 강국인데,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와인들은 멘도사 밸리의 말벡 (Malbec) 품종의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칠레 와인과 비슷하게, 아르헨티나 말벡은 실패가 거의 없는 선택인데, 역시 저렴한 가격에 농밀한 와인을 뽑아내기 때문.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기에는 가격적으로나, 맛으로나 신대륙의 와인들, 특히 남미산 와인들이 아주 훌륭하지만, 와인의 세계는 그보다 훨씬 크고 다양하기에, 여유가 된다면 조금씩 범주를 넓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당장 부르고뉴의 고급 피노누아를 마시긴 어렵겠지만, 아주 특별한 날 오레곤 피노누아를 경험해 보는 것은, 남미의 거친 와인들에 지친 혀에게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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