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장어 종류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서, 주변에서 식용으로 흔히 접하는 장어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뱀장어 ( 민물장어, 우나기)
가장 대표적인, 보통 장어를 먹는다 하면 이 뱀장어를 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내지만, 산란은 바다에서 이루어지고, 그 산란 장소에 대해서는 마리아나 해구 어디쯤으로 추정만 할 뿐 아직도 베일에 쌓여있다. 시판되는 뱀장어는 대부분 양식으로 보면 되는데, 다만 치어는 자연 상태의 것을 채집해야 한다. 즉, 바다에서 강으로 올라오는 치어를 잡아서 양식장에서 길러내는 것. 양식이라도, 남태평양 어디쯤에서 태어나 먼바다를 헤엄쳐 온 녀석들이다. 뱀장어 내에서도 품종에 따라 일본, 한국이 원산인 자포니카종이 있고, 동남아 원산인 비콜라, 말모라타가 있는데, 아무래도 자포니카종을 가장 고급으로 친다. 말모라타는 온몸에 얼룩덜룩한 특유의 무늬가 있어 구별이 어렵지 않지만, 비콜라의 경우 일반인이 한눈에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너무 저렴한 장어는 한번쯤 품종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뱀장어는 육질이 매우 탄탄해서, 흔히 접하는 생선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숯불에 구워도 보통의 생선살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마치 돼지고기나 소고기처럼 숯불에 구워 상추에 싸 먹는 게 일반적이다.
일식에서도 뱀장어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은 장어덮밥 형태로 소비한다. 매우 다양한 종류의 장어덮밥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진건 도쿄 지역의 우나쥬, 나고야 지역의 히츠마부시가 대표적 장어덮밥일 것이다. 우나쥬는 좀 더 수분감이 있게 굽는 쪽이고, 히츠마부시는 매우 바삭하게 굽는 게 특징이다.
대중적인 식재료인만큼 뱀장어 맛집은 매우 많지만, 서울에선 꽤 업력이 긴 '남서울 민물장어'가 유명하다. 이곳은 1킬로에 다섯 마리짜리 장어, 즉 마리당 200g 정도의 장어가 가장 맛있다는 철학을 가진 집으로, 맛있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집이지만, 별생각 없이 먹었다간 지갑이 털리는 게 순간이니 경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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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민물장어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37 1층 (논현동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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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고로, 풍천장어라고 하는 것도 결국 뱀장어를 얘기하는 것이다. 풍천은 특정지명이 아니라,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을 얘기하는데, 뱀장어의 생태를 생각해 보면, 이 지역에서 장어가 많이 잡히는 건 당연하니 별 의미가 없다. 특히나 대부분 양식을 하는 요즘에는.
2. 갯벌장어
갯벌장어는 사실 주변에서 흔히 찾아보기는 쉽지 않고, 강화도 지역에 가면 갯벌장어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꽤 많다. 갯벌장어는 민물장어를 갯벌에 풀어놓고, 일정기간 사육을 해서 더 크기를 키운 장어인데, 본질적으로는 민물장어 (뱀장어)이다. 고향이 바다이기 때문에, 갯벌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일반적으로 사이즈가 민물장어 대비 훨씬 크고 가격도 더 비싼 경우가 많다.
서울에선 '송강'이라는 식당이 갯벌장어로 유명한데, 매우 고가의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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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서울 서초구 명달로9길 5 (방배동 1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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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붕장어 (아나고)
붕장어부터는 바다장어이다.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장어이고, 보통 뱀장어 보다 저렴하게 판매된다. 외모만 놓고 보면. 민물장어 대비 체색이 밝고, 몸 옆으로 흰색 점선이 지나고 있어, 뱀장어와는 쉽게 구별이 된다. 뱀장어는 대부분의 경우 구워서 먹는 게 일반적 식용 방법이지만, 붕장어는 바다 생선답게 회로 소비하는 경우도 흔하다. 다만, 뼈째 썰어서 음식용 탈수기로 수분을 최대한 날리고, 포슬한 상태로 먹는데, 일반적인 생선회와는 모양도 식감도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뱀장어와 유사하게 숯불에 구워 먹는 경우도 많지만, 살의 질감은 완전히 다르다. 뱀장어가 매우 단단한, 마치 고기와 같은 질감을 가졌다면, 붕장어는 좀 더 생선의 느낌이 난다. 지방도 더 적기 때문에, 좀 더 담백한 맛이 나고, 때문에 붕장어 쪽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붕장어 구이는 뱀장어 구이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지만, 붕장어의 주 산지인 경남 지방에서는 붕장어 구이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4. 갯장어 (하모)
갯장어 역시 바다 장어의 일종이고, 대가리가 마치 '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갯장어라고 부르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갈치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뱀장어, 붕장어와는 매우 다른 생김새를 가졌기 때문에 갯장어 역시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갯장어는 회나 구이로도 소비를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요리법은 샤브샤브가 아닐까 한다. 이 내석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잔가시를 지녔는데, 칼집을 매우 섬세하게 넣어서 가시를 끊어주고, 갯장어 뼈를 삶은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생양파와 같이 먹는다. 뜨거운 육수에 담겼다가 나온 장어 살은 칼집 때문에 꽃처럼 피어나는데, 그 보드라운 맛은 말로 설명이 어렵다. 서울에선 취급하는 집이 많지 않고, 주 산지인 여수에서 매우 많은 식당들이 하모 샤브샤브를 메뉴로 낸다.
5. 먹장어 (꼼장어)
오늘 소개할 내석들 중 유일하게 장어가 아닌 녀석이다. 그렇다. 우리가 아는 꼼장어는 장어가 아니다. 심지어는 어류도 아니다. 원구류라고 하는 무척추 동물의 일종으로, 그냥 생김새만 장어를 닮았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꼼장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술안주로 매니아층이 꽤 두터운 녀석이다. 꼼장어는 껍질을 벗겨서 숯불에 굽는 경우가 많은데, 그 비주얼이 꽤나 그로테스크해서, 외국인들이 꼼장어 굽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오늘 소개한 장어들이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된다면, 꼼장어는 상당히 많은 양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 그로테스크한 무척추동물은 세계 어디에서도 소비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잡지도 않을텐데, 이름모를 수산물 수입의 선구자가 미국의 어부들에게 이 녀석을 잡으면 돈이 된다는 걸 알려준게 아닌가 추정이 된다. 영국의 골뱅이와 모리타니의 문어와 칠레 홍어처럼. 참고로, 꼼장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마어마한 양의 점액질을 분비하는데,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그 점액질로 묵을 만들어 먹는다. 정말이지 대단한 우리나라의 식문화다.
우라 나라에서 주 산지는 부산 일대이고, 이 지역에서는 짚불에 구워 먹는 꼼장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경험해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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