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세단 라인업 비교는 소위 독 3사만 해봤다. (수입세단 라인업 비교 가기 ▶)
상위 브랜드들도 있지만, 판매량이 크지 않기 때문. 하지만 SUV는 좀 얘기가 다르다. 여전히 독 3사의 판매량이 크지만, SUV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나 이제는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라고 칭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나게 많은 SUV를 팔고 있는 포르쉐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따라서, 이들 2개 브랜드까지 포함하여 라인업을 비교해 본다.
이 포스팅은 차에 좀 관심이 있는 이들에겐 별로 필요 없는 내용일 수 있다. 다만, 평소 차에 별 관심이 없다가, 수입 SUV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준점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라인업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수요가 비교적 적은 각 브랜드의 고성능 디비전 - 벤츠 AMG, BMW M, 아우디 S/RS 모델은 제외하고 기본형 모델 위주로 다루고,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전기차 모델은 제외한다.
1. 소형 - 벤츠 GLA , GLB, BMW X1, X2, 아우디 Q2, Q3 (프리미엄)
그리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Evoque (어퍼 프리미엄)
SUV가 대세가 되면서, 프리미엄 소형 SUV 시장도 엄청나게 많은 모델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일단 기본 모델은 GLA, X1, Q3라고 보면 된다. 크기는 대략 국산 기준, 셀토스와 투싼의 중간 정도이다. 독 3사 모두 4 기통 가솔린/디젤 엔진으로 약 150 ~ 200 마력의 출력을 낸다. 가격은 대략 5.5천 ~ 6천만 원대.
붉은색으로 이름을 표시한 모델은 각 브랜드의 유니크한 모델들인데, 각각 성격이 다르다. 벤츠 GLB는 소형임에도 불구하고, 박스형 디자인으로 중형에 가까운 공간을 가졌다. 덕분에 7인승 모델 선택이 가능하다. 공간이 좁기로 유명한 수입 브랜드에서는 놀라운 일. 다만, 디자인은 다소 투박해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모델이다. BMW X2는 X1 파생의 쿠페형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 X4나 X6처럼 쿠페형 디자인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아서, 판매량이 미미한 모델이다. BMW의 전 라인업을 통틀어 가장 존재감이 없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우디 Q2는 Q3 보다 한 체급 작은 모델이다. 프리미엄 수입 SUV 중에선 가장 작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은 4천만 원대.
그리고, SUV의 강자, 랜드로버의 프리미엄 라인인 레인지로버의 이보크 (Evoque). 현재는 출력 250마력짜리 가솔린 2,000cc 단일 트림으로 운영 중이며, 가격은 7천만 원대.
2. 중형 - 벤츠 GLC, BMW X3, X4, 아우디 Q5, 그리고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프리미엄)
그리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Velar, 포르쉐 Macan (어퍼 프리미엄)
중형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볼륨군이다. GLC, X3, Q5가 기본 모델이고, 각 브랜드마다 파생 모델인 쿠페형 모델을 운영하는데, BMW의 경우 쿠페형 SUV의 창시자인 만큼 아예 모델명을 분리해서 X4로 운영하고, 벤츠는 GLC 쿠페, 아우디는 Q5 스포트백이라는 이름으로 쿠페형 SUV를 라인업 한다. 그리고, 랜드로버는 디스커버리 스포츠로 독일 프리미엄 제품에 맞서는데, 아무래도 랜드로버의 가장 엔트리 모델인 만큼 독 3사에게는 제품력에서 다소 밀린다.
중형 SUV군은 소형 SUV와 동일하게 2,000cc 4 기통 가솔린 / 디젤 엔진을 얹고, 약 180 ~ 250 마력의 출력을 낸다. 가격은 대략 6.5천 ~ 7천만 원대이고, 크기는 투싼과 싼타페 중간 정도이다.
Upper Premium으로는 레인지로버 벨라 (Velar)와 포르쉐 마칸 (Macan)이 있다. 벨라는 이보크,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같은 엔진의 4 기통 2,000cc 모델과 6 기통 3,000cc 두개 모델로 라인업하며 가격은 1억 ~1.2억 사이. 마칸은 6기통 2,900cc 단일 라인업으로 가격은 1억대. 차량 가격은 겹치지만 실제 차량 크기는 벨라가 마칸 대비 반 체급 정도 크다.
3. 준대형 - 벤츠 GLE, BMW X5, X6, 아우디 Q7, Q8,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랜드로버 디펜더 (프리미엄)
그리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포르쉐 Cayene (어퍼 프리미엄)
우리나라 SUV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제품군이다. 독 3사 기본모델은 GLE, X5, Q7이고, 각 기본형 모델의 쿠페형인 GLE 쿠페, X6, Q8이 있다. 대부분 6 기통 3,000cc 가솔린/디젤 엔진을 얹고, 에어 서스펜션이 들어간다. X5와 GLE가 대등하게 경쟁한다고 할 수 있고, 언젠가부터 아우디는 SUV 시장에서 많이 밀리는 모양새다. 가격대는 대략 1억 ~ 1.2억대. 차량 크기는 대략 국산 팰리세이드와 비슷하다.
참고로, 아우디가 속한 폭스바겐 그룹은 이 세그먼트에서 대중차인 폭스바겐 투아렉, 프리미엄 아우디 Q7, Q8, 어퍼 프리미엄인 포르쉐 카이엔,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물론 브랜드에 따라 만듦새는 다르겠으나, 3억대를 훌쩍 넘는 벤테이가, 우루스와 8~9천만 원대의 투아렉이 근본 뼈대는 동일하다는 걸 알고 구매할 필요는 있겠다.
특이하게 랜드로버는 두 개의 모델 (레인지로버 스포츠 제외)을 라인업 하고 있는데, 여기엔 사정이 있다. 원래 이 세그먼트의 터줏대감은 디스커버리였다. 각진 디자인과 비대칭 해치의 유니크한 디자인을 가졌던 디스커버리는 타 경쟁모델들과는 다르게 정통 오프로더 성향의 SUV로 나름의 존재감을 갖고 있었는데, 랜드로버에서 그들의 헤리티지 모델인 디펜더를 부활시키기로 결정한다. 그 영향으로, 현재 디스커버리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하게 됐고, 랜드로버 정통 오프로더 포지션은 디펜더가 꿰차게 됐다.
어퍼 프리미엄 모델로는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포르쉐의 카이엔이 있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아무래도 윗급인 레인지로버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많지는 않다. 따라서, 준대형 어퍼 프리미엄 시장의 지배자는 카이엔이라고 할 수 있다. 포르쉐는 럭셔리 브랜드 중 가장 먼저 SUV를 만들어냈고, 지금은 브랜드 전체를 먹여 살리는 효자 모델이 되었다.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카이엔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서 SUV에 손을 대기 시작해서, 이제는 페라리까지 SUV 모델을 내기에 이르렀다. 카이엔은 독 3사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1.5억 가량), 포르쉐라는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 및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으로 도심형 어퍼 프리미엄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4. 대형 - 벤츠 GLS, BMW X7 (프리미엄)
그리고,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어퍼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은, 애초에 북미를 타겟팅했던 모델들로 워낙에 큰 차체 때문에, 국내에서 수요가 크지는 않다. 다만, 갈수록 큰 차를 선호하는 트렌드 때문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모델들이기도 하다. 엔진은 준대형과 공유하는 6 기통 3,000cc 가솔린/디젤을 위주로, 일부 고성능 모델은 8 기통 4,000cc 엔진이 들어가기도 한다. 가격은 대략 1.5억 ~1.8억.
그러나 이시장의 진정한 지배자는 어퍼 프리미엄 모델인 레인지로버라고 할 수 있다.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SUV가 나오기 전, 가장 럭셔리한 SUV로 '사막의 롤스로이스'라 불렸던 레인지로버는 여전히 비싼 가격 (2.2억대)과 극악의 품질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웅장한 디자인을 무기 삼아 대형 SUV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레인지로버가 인기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대안이 없는 독보적인 포지션 때문. 2억대 SUV는 레인지로버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가격대가 더 높은 마이바흐 GLS600이나 벤틀리 벤테이가 조차 레인지로버가 가진 아우라는 넘어설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최소 우리나라에서는 SUV 끝판왕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5. 그리고 벤츠의 아이콘 G바겐
대한민국 SUV 시장에서 중요한 모델 하나가 빠졌다. 바로 어떤 경쟁 모델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모델, 벤츠의 G 바겐이다. 군용 모델에 기반한 이 아이코닉한 SUV는 실용성 측면에서는 낙제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낮은 공간 활용성과, 불편한 승차감, 부족한 편의 장비, 극악의 연비등 자동차의 상품성만 본다면 인기가 있을 수 없는 모델. 그러나, G 바겐은 그렇게 접근해서는 이해가 안 되는 자동차다. 오히려 럭셔리 시계와 유사하다고 해야 할까. 이 차는 이동수단이라기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어떤 장치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현재는 G63 AMG 단일 트림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4,000cc v8 엔진을 얹고, 585마력, 제로백 4.5초의 성능을 자랑한다.
무려 2.5억의 가격표를 붙이고 있지만, 사겠다는 이들이 줄지어 있다고 하니, 세상엔 부자들이 참 많다. 차량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G 바겐의 유일한 경쟁자는 레인지로버라고 봐야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