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양양 간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속초는 접근성이 어마어마하게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심리적으로 가까운 곳은 아니다. 막히지 않는 시간대라면 두 시간이면 주파가 가능하지만, 워낙에 상습 정체가 있는 고속도로인지라, 큰 맘먹고 일 년에 한두 번 찾게 되는데, 연말을 맞아 평일에 다녀왔다.
시간이 많지 않은 당일치기 짧은 여행인지라, 먹는데 가장 큰 의의를 둔다. 이 근처에 올 때마다 어디서 회를 먹을지 고민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은 곳은 주문진 수산시장이다. 다만, 주문진은 속초에서 30분 이상 남쪽으로 또 가야 해서 거리가 조금 부담스럽다. 속초권에서는 대포항, 동명항이 대표 어시장인데, 두 곳 모두 악명이 높다. 소위 말하는 눈탱이, 호객행위, 비위생적인 생선 손질등, 사실 동해권의 대표 어시장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 그래서 시장 구경을 조금 포기하고, 맘 편히 작은 어항인 설악항을 찾았다.

설악항은 횟집이 10여개 모여 있는 작은 회센터가 있는데, 수조에서 생선을 고르면, 손질과 차림까지 다 포함하는 시스템이다. 사실상 시장보다는 횟집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성대가 특히 많았다. 겨울 동해의 특산물인 복어를 먹고 싶었지만, 같이 간 지인이 혹시 손질상 문제가 있을까 봐 걱정을 해서, 가볍게 성대를 메인으로 고등어와 가자미, 오징어를 더해 3인, 5만 원에 흥정을 했다.
동해권 어시장에 와서는, 이 곳이 산지라고 해서 특별히 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맘 편하다. 싼 건 서울이 제일 싸다. 다만, 이곳에서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생선을 먹는데 의미를 둬야지, 산지에 왔으니 싸게 먹겠다고 흥정을 하다가는 장사하시는 분도 그렇고, 방문객도 그렇고 서로 스트레스다. 이곳은 손질비와 차림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고, 셋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식사를 하고, 속초 해수욕장 인근에서 차를 마셨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 바라보는 동해의 코발트 빛 바다는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이곳에 세컨 하우스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우리는 저녁 6시에 돌아갈 예정이기 때문에, 매우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 전에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 홍게 무한리필 집이다. 보통 무한리필은 질이 좋지 않아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일단, 살아있는 홍게를 쪄준다.
근데, 평일 오후 4시에 만석이다. 어쩔 수 없이 약 30분 대기를 하고 입장.

그런데, 이 날은 홍게 수율이 너무 좋지 못했다. 살아있는 걸 쪄주는 만큼 선도는 만족스러웠는데, 수율이 3~40% 밖에 안되는 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셋이서 20마리는 먹은 듯. 그것도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입에 물려서 먹는 걸 그만뒀다. 한 번쯤 가볼 만은 하지만, 게 품질은 복불복이라는 점은 유념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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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호 홍게무한리필
강원 속초시 청호로 121-10 (청호동 1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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