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서울 시내의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제 2학년이 되어서, 1년 조금 넘게 보내는 동안 느낀 점을 적어본다. 공립학교에 다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차이점이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공립학교도 방과 후 수업 등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어쩌면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는데, 주변에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 있어서 몇 가지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본다.
1. 등하교 시간
등교는 8시 30분까지 하고, 하교는 일주일에 이틀은 오후 1시, 사흘은 오후 3시에 한다. 전일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온다. 코로나가 조금 진정된 이후 부터는 우유도 무료 급식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건 공립과 같을 것 같다.
오후 3시에 하교하는 사흘은, 필수 방과 후 수업이 두번, 선택 방과 후 수업이 한 번이다. 필수 방과 후 수업은 영어가 한번, 동아리 활동이 한 번이다. 영어는 원어민 수업을 진행하고, 동아리는 예체능인데, 대부분 악기를 선택한다. 선택 방과 후 수업은 중국어, 한자, 무용, 코딩의 프로그램이 있고, 일주일에 하루 선택할 수 있는데, 경쟁이 치열한 편이라 아예 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 학교 생활
한 반은 24명으로 편성되고, 남녀 동수이다. 기본적으로 교복을 입고 등교 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옷 고르는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다. 청소와 배식을 담당하시는 분들을 별도로 고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직접 청소를 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요즘 공립은 어떤지 궁금하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셔틀버스로 등하교를 한다. 사는 곳도 제각각이라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따로 만나서 논다거나 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활동들이 좀 많은 편이다. 1학년 때는 스케이트를 5~6회 정도 배우고 평가를 실시하고, 동아리 활동하는 악기를 가지고 콩쿨 대회도 개최한다. 또한, 학년말에는 모든 아이들이 한 달 이상 준비한 종합발표회도 열린다.
3. 학비 / 부대비용
학비는 분기로 나누어 납부하는데, 대략 분기에 200만원 가량이다. 영어 유치원을 보냈던 학부모라면 오히려 저렴할 수도 있다. 추가로, 모든 방과 후 수업은 별도로 수업료를 지불하는데, 이건 학기에 대략 100만 원 정도이다. 또한, 셔틀버스 비용은 연 단위로 납부하는데, 일 년에 200만 원. 가량을 납부한다. 학비는 납득이 되는데, 셔틀버스 비용은 지나치게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외 교복이 대략 100만 원, 동아리 활동에 쓰는 악기 비용 등도 고려해야 하고, 금액이 크지 않지만, 청소와 배식을 담당하시는 분들에 대한 인건비도 학비와 함께 납부해야 한다.
4. 1년 보내고 느낀점
사립초등학교에 보내면서 기대했던 부분은 방과 후 수업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일정 부분 학원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는데, 이게 꼭 그렇지가 않았다. 예를 들어, 동아리 시간에 배우는 첼로나 바이올린을, 생전 처음 접해보는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배워서는 퍼포먼스를 내기 힘들다. 특히, 아이들의 경험을 넓혀주고,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명목으로 콩쿨대회도 개최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만 맡겨서는 부족함이 있고, 결국 별도의 사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스케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냥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급수를 부여하는 평가를 하기 때문에, 별도로 스케이트를 배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아이는 하지 않았지만, 줄넘기 과외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두 번째는 사립이라서가 아니라, 초등학교 저학년은 공/사립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부모의 손길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1학년은 약간 유치원의 연장선상 느낌이라 오히려 덜 할 수 있는데,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학습'이 시작되고,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도 꽤 늘어난다. 아이 혼자 숙제를 챙겨서 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부모가 일일이 하나하나 챙겨줘야 한다. 예를 들어, 권장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는 과제를 받았다면, 부모도 책을 읽고,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아이의 숙제를 도와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한다. 사립이라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교육 시스템이 발전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예전에 비해 한 명 한 명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예체능 교육도 아이들의 정서를 좀 더 풍성하게 해 줄 것 같다. 사립초등학교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라서, 올해도 경쟁률이 상당했다고 들었는데, 여러 가지 여건이 되고, 무엇보다 추첨에서 선발이 된다면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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