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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완성한 시계 - 오메가 시마스터 아쿠아테라 블루핸즈

by 슈풍크1 2022. 10. 27.

오메가는 비운의 브랜드다. 누구도 넘볼 수 없었던 롤렉스의 자리에 도전을 했건만, 엇비슷한 위치로 올라가기는 커녕 지존에 도전한 대가로 만년 2인자의 굴레를 썼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 최대 시계회사인 스와치 그룹 입장에서 롤렉스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일 것이다.  몇만 원짜리 저가 시계부터 수천만 원, 수억을 호가하는 럭셔리 브랜드까지 방대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롤렉스의 위상은 스와치로서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오메가는 스와치 입장에선 그나마, 가장 해 볼 만한 선수였을 것이다. 그룹 내에는 롤렉스보다도 윗급인 블랑팡이나 브레게 같은 브랜드도 있지만, 소규모 부티끄 브랜드라고 할 수 있고, 그나마 대중을 포용할 수 있는 인지도와 모델 라인업은 오메가만이 가지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십수년 전에는 롤렉스에 비벼 볼만 했던 것도 같은데, 지금 오메가의 위상은 롤렉스의 세컨 브랜드 튜더와 비슷한 수준에서 평가받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건 오메가의 잘못은 아니다. 그만큼 롤렉스가 철옹성 같은 브랜드 가치를 쌓아 올렸기 때문이고, 진정한 명품으로서 대중에게 잘 포지셔닝한 결과이다. 

 

그렇지만, 오메가에게도 유구한 헤리티지가 있고, 그 중에 최고는 바로 '최초로 달에 간 시계' 란 타이틀이다. 아폴로 11호와 함께 달에 다녀온 스피드 마스터 '문워치'는 툴워치로서 브랜드의 명성을 쌓은 롤렉스조차 범접할 수 없는 대단한 헤리티지인데, 문제는 이 녀석이 딱히 엄청 매력적인 디자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수많은 문워치의 팬들이 있고, 얼마 전 스와치와 콜라보를 했을 때는 오픈런 사태가 나고 했지만, 롤렉스 섭마리너의 팬덤과 비교하면 초라할 따름이다.

오메가 스피드 마스터 문워치
스피드 마스터 문워치. 사랑받기에는 뭔가 애매하다.

그 외에도 시마스터 300이나 플래닛 오션 같은 다이버 라인업들도 있지만, 이 역시도 화끈한 한방은 아니라는 점이 오메가의 페인 포인트.

 

점잖은 드레스 워치 쪽으로 가보면, 드빌은 개인적으로 너무 올드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나마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라인업이 바로 시마스터 아쿠아테라 라인업니다. 사실, 아쿠라테라를 드레스 워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단정한 디자인이 어필을 해서 예물 시계로도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시마스터 아쿠아테라
시마스터 아쿠아테라 현행 모델, 무려 800만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오늘 소개할 모델은 이 아쿠아테라의 2000년대 중반 버전으로, 출시 당시에도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인기가 많았고, 지금도 중고 수요가 많은 모델 넘버 2503.33이다. 이 녀석은 이제 거의 빈티지 반열에 오를 정도로 출시된 지 20년 가까이 되어, 현행 모델과 비교했을 때 디자인적으로 소박하지만, 창백한 페이스와 푸른 핸즈의 조화가 너무나 훌륭하다.

시마스터 아쿠아테라 블루핸즈 2503.33
언제봐도 아름답다.

난 이 시계를 2012년도에 중고로 구매해서 10년째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금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이 시계의 아름다움은 자연광을 받았을 때 극대화가 되는데, 깎아 놓은 인덱스의 단면들과 핸즈가 뿜어내는 푸른 빛은 뭐라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이 순간만큼은 롤렉스고 나발이고, 오메가가 일등이 된다. 그야말로, 빛이 시계를 완성하는 순간.

다만, 이 녀석은 Cal. 2500이라는 초기형 Co-axial 무브먼트를 쓰는데, 이 무브먼트가 문제가 좀 많은 모양이다. 나도 시계가 멈추는 현상이 있어서 수리를 두번 받았고, 지금은 문제없이 데일리로 착용하고 있다.

아마도 평생을 함께 할, 나에게는 섭마가 부럽지 않은 그런 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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