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시어터 관람 후기
8월에 제주에 갔을 때, 일정 중에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 이틀이 있었고, 비 오는 날 뭘 해야 되나 검색하다가 가보게 된 것이 '빛의 벙커'였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시간이나 때우고자 갔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경험이었다.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클래식 예술 작품을 재해석한 형식의 미디어 아트인데, 거대한 예술작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서울에서도 주제만 다를뿐, 같은 형식의 전시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역시 비 오는 날 방문을 했다. 서울에선 워커힐 호텔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아마도 연배가 좀 있는 분들은 기억을 할 텐데, 예전에 워커힐 호텔에선 '워커힐 쇼'라는 자체 쇼를 운영했었다. 마치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쇼인데... 시대가 변하면서 수요가 없어지자 워커힐 시어터는 그냥 비워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제주에서 컨텐츠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획사가 무려 향후 10년을 임차 계약을 했다고. 그만큼 컨텐츠 수급에 자신이 있는 것인지...
어쨌든, 입장전에는 워커힐 시어터의 헤리티지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있는데, 수십 년 전에 이곳을 드나들면서 쇼를 즐기던 사람들은 고관대작들이거나, 굉장한 부자들이거나 했을 것 같은데, 이제는 나 같은 사람들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문화를 즐길 수 있으니, 새삼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빛의 시어터의 메인 타이틀은 클림트다. 전시는 클림트의 작품을 주제로 한 'Gold In Motion'이 30분, 프랑스의 화가 이브 클랭의 작품을 테마로 한 'Infinite Blue' 가 10분간 상영 (?) 된다.

입장을 해보면, 제주 빛이 벙커보다 훨씬 작은 규모 때문에 다소 실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빛의 벙커가 상하 좌우를 모두 작품으로 채워서 몰입감이 뛰어났다면, 빛의 시어터는 아래 보는 것 처럼 중간에 프로젝트가 커버하지 못하는 빈 공간이 있다. 아마도, 기존 극장 구조물을 그대로 살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컨텐츠에 있어서도, 제주에서 관람했던 모네, 르누아르, 샤갈의 작품들이 좀 더 이런 류의 전시와 궁합이 좋지 않나 싶다. 인상파 화가들의 그 화사한 색감이 밝은 프로젝터로 재현되자 환상적인 느낌이 들었는데, 클림트의 골드와 이브 클랭의 블루는 그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미술 문외한이라, 이들 두 작가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 수도 있겠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관람이었으나, 그렇다고 시간이 아깝다거나, 관람료가 아까운 전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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