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돔으로 불리는 도미류는 낚시꾼들에겐 최고의 대상어종이고, 미식가들에겐 가장 고급 흰살생선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물론 더 고급 어종도 많지만, 이들 도미류를 빼놓고선, 우리나라 식문화, 특히 회 문화를 논할 수가 없기에, 흔히 4대 돔으로 얘기하는 대표어종을 알아본다.
1. 참돔
돔류 중에서도 가장 대표 어종이다. 아무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돔', '도미'라고 얘기하면, 참돔을 칭한다고 보면 된다. 분홍빛의 체색을 하고 있어서, 타 어종과 쉽게 구분이 되고, 오늘 소개할 4대돔 중에서는 가장 크게 자란다. 1미터 가까운 크기까지 자라기도 하는데, 크기가 큰 만큼 수명도 길어서, 30년 이상을 살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참돔은 과거에는 무척 고급 어종이었으나, 양식이 대량으로 이루어지면서, 지금은 광어와 비슷한 몸값까지 내려왔다. 양식은 주로 일본산과 국산이 유통된다. 자연산 도미류는 주로, 전남/경남/제주 등 우리나라 남해안에서 잡히는데, 동해나 서해의 시장에서 보이는 참돔은 거의 대부분 양식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양식이라고 해서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결같은 품질은 양식이 자연산보다 더 나을지도.
횟감으로서의 참돔은 그야말로 흰 살생선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감칠맛과 부드러운 식감의 밸런스가 좋아서, 고급 스시야에서도 참돔 (마다이)과 광어 (히라메)는 흰살 생선을 대표하는 초밥 재료이다. 또한, 참돔은 까슬하고 쫄깃한 껍질을 붙인 채로 회를 썰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껍질과 속살의 이질적인 식감의 조화가 매우 훌륭하다.
2. 감성돔
감성돔은 낚시꾼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어종이다. 모든 돔류가 인기가 있지만, 힘이 아주 좋다고...
또한, 은회색의 체색과 날렵한 체형은 4대 돔중 가장 카리스마 있는 외형을 자랑한다.
참돔보다는 전체적인 사이즈가 작다. 크게는 70Cm까지도 자라지만, 50Cm 이상을 보기가 쉽지 않다. 성장 자체가 느려서, 양식산은 대부분 30Cm 이하 사이즈에서 출하가 된다. 유통되는 양식 감성돔은 주로 중국산이 많다.
4대 돔 중, 참돔보다는 윗급으로 평가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참돔이 워낙 흔하고, 사이즈도 크기 때문이고, 실제 맛은 유의미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본다. 일본에서는 감성돔이 참돔 보다 더 저렴한 어종 취급을 받는다고. 특히, 자연산 감성돔은 여름에 맛이 없는 것으로 유명해서, '여름 감생이는 개도 안 물어간다'는 속담이 있다.
3. 벵에돔
4대돔 중, 가장 보기 힘든 돔이 아닌가 싶다. 낚시꾼들에게는 친숙한 어종이지만, 제주도를 제외한 시장에서 벵에돔을 보기는 어렵다. 성장이 더디고 매우 예민해서, 양식도 쉽지가 않은데, 최근에는 일본산 양식 벵에돔이 일부 유통이 되고 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벵에돔은 새까만 눈동자와 초록빛 체색이 뭔가 귀염귀염한 인상을 풍기면서, 참돔, 감성돔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데, 이 녀석은 돔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지만, 사실은 돔이 아니다. 농어목 황줄껌정이광에 속하는 벵에돔은 참돔이나 감성돔과는 거리가 있는 어종이다. 해조류를 주로 섭취하는 어종이다 보니, 살에서 특유의 향이 있는데, 초식어류 특유의 향에 민감한 사람들에겐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맛있는 횟감이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어종이다.
벵에돔은 매우 유사하게 생긴 긴 꼬리 벵에돔이라는 사촌 어종도 유명한데, 횟감으로는 긴꼬리 벵에돔을 더 고급 어종으로 취급한다, 긴꼬리 벵에돔은 이름과는 다르게 꼬리가 일반 벵에돔보다 길지는 않고, 아가미의 두터운 테두리로 구분이 가능하다. 제주도에서도, 벵에돔과 긴꼬리 벵에돔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가격에 파는 경우가 많으니, 이왕이면 긴 꼬리를 택하는 게 이득이다.
4. 돌돔
마지막 돌돔은 그 맛으로는 4대 돔 중에서도 으뜸으로 알려진 최고급 횟감이다. 흔히, 자바리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로 불리는 어종)나 붉바리등 바리류가 돔류보다는 고급 횟감으로 알려져 있지만, 돌돔만큼은 이들 바리류와 비슷하거나 혹은 더 나은 횟감으로 평가받는다. 이 녀석이 맛있는 이유는 완벽한 육식 어종이면서, 성게나 소라, 전복 같은 사람도 못 먹는 고급 해산물을 엄청나게 잡아먹기 때문. 고급 어종인만큼 몸값도 비싸서, 어지간해서는 쉽게 먹을 결심을 할만한 생선이 아니다.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녀석들은 수산시장에서도 킬로그램당 10만 원을 호가하고, 뺀찌라고 불리는 작은 녀석들도 4,5만 원은 줘야 맛볼 수가 있다.
돌돔은 특유의 줄무늬가 마치 열대어를 연상시키는데, 이 녀석 역시 도미류는 아니다. 농어목 돌돔과에 속하는데, 체형도 좀 넓적한 것이 참돔, 감성돔과는 다른 느낌이다. 돌돔은 성장을 할수록, 줄무늬가 옅어지고 주둥이 주위가 까매지는데, 때문에 대형의 돌돔은 거의 줄무늬를 찾아볼 수 없다. 어린 돌돔은 관상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성어가 된 돌돔은 조금은 징그럽달까.
돌돔의 맛은 명불허전 그 자체다. 대부분의 생선이 어느 정도 크기가 되지 않으면, 고급 어종이라도 이름값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돌돔은 뺀찌 수준이라도 감칠맛과 식감이 기대 이상이다. 성어 수준의 돌돔은 말이 필요 없다 하겠다. 서더리로는 뽀얗게 지리를 끓이면 좋은데, 마치 곰탕처럼 국물이 우러난다.
돌돔 사촌으로는 체형이 매우 유사한 강담돔이 있다. 둘은 맛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으나, 강담돔이 좀 더 대중적이지 않은 어종이다 보니, 돌돔보다는 저렴하게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싸게 판매되는 강담돔을 만난다면, 돌돔의 대체제로 매우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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